• 최종편집 2021-09-23(목)

소고기에서 튀어나온 이물질의 정체는?

[지역 핫이슈] 제천 어느 대형마트 소고기를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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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5.30 20:16   조회수 : 2,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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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단비뉴스>는 “제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소고기를 구워 먹다가 기생충으로 의심되는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제보를 받은 기성 언론들은 발 빠른 보도를 내놓았다. <충청투데이>는 19일 시민 A씨의 주장을 토대로 대형마트의 반박을 담아 첫 기사를 썼다. 22일에는 통신사인 <뉴스1>이 비슷한 기사를 보도했고, 이를 옮겨 쓴 다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제천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번졌다. 이들 언론의 보도는 ‘기생충과 흡사한 이물질이 나왔다’는 시민의 주장, ‘이물질에 관한 검사를 의뢰했다’는 대형마트의 주장만 그대로 실었다.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려고 노력한 보도는 없었다.

<단비뉴스>는 다르게 접근했다. 논란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논란의 실체를 밝혀보려 했다. 우선, 제보자인 시민 A씨와 소고기를 판매한 대형마트의 주장을 각각 들었다. 이후 A씨에게 제공받은 사진을 전문가들에게 보내어 분석을 의뢰했다. 기생충학자 4명, 수의학자 1명, 축산학자 1명 등 모두 6명이 <단비뉴스>의 질문에 답을 보냈다. 대형마트가 조사를 의뢰한 외부 기관의 분석 결과도 취재했다. 제천 시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과 우려를 일으킨 이물질의 정체에 관한 지난 열흘의 취재 결과를 아래에 보도한다.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에 사는 A씨는 어느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살치살 600g을 샀다.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은 5월 21일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신선할 것이라고 약속된 고기였다. 그날 저녁 시민 A씨는 캠핑장에서 그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한 덩이의 고기를 구워 가위로 자르는 순간, 고기 단면에서 무엇인가 쑥 튀어나왔다”고 A씨는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20일 <단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가늘고 긴 기생충처럼 보이는 이물질이었다”고 말했다. <사진1>은 당시 A씨가 촬영한 것이다. 누구라도 기생충이라 의심할 만한 형태다. 특히 가늘고 원통형인 ‘선충’(roundworm)의 모습을 닮았다.

 

   
▲ <사진1> 소고기 단면에서 삐져나온 가늘고 긴 이물질이 보인다. ⓒ 독자 제

 

소고기에서 기생충이?

시민 A씨는 곧바로 대형마트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날 밤, 소고기를 판매한 대형마트의 담당 직원이 A씨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성분 검사를 의뢰하겠다”며 문제의 고기를 들고 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그 정체가 무엇인지 대형마트는 설명하지 않았고, 답답했던 A씨는 언론에 제보했다.

<단비뉴스>는 문제의 사진을 기생충학, 축산학, 수의학 전공 교수들에게 메일로 보내 분석을 부탁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고기(근육) 부위에서 선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학과 교수는 “근육이 워낙 치밀한 구조로 돼 있어 유충도 아니고 저런 큰 기생충이 살아가긴 어렵다”고 답했다. 기생충학자인 용태순 연세대 의학과 교수는 "사진에서 보이는 이물질은 벌레 또는 기생충처럼 보이긴 하지만 기존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는 기생충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며 "그렇게 생긴 기생충이 소고기 살에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곽동미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고기(근육) 부위에서 선충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위, 간, 대장 등 동물의 장기에 머물지, 근육 조직에 침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생충학자인 엄기선 충북대 의학과 교수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엄 교수는 우선 “(사진 속 물질이) 선충류 기생충이라면 표면에서 주름 무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큐티클(피부막) 구조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물질을 45배율로 확대하여 살펴보았어도 그 표면에서 선충류 고유의 무늬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충류는 긴 원통형 모양의 기생충을 일컫는다. 동물의 장내에 서식하는 장내기생충에는 선충, 흡충, 조충 등이 있는데, 회충, 구충(십이지장충), 고래회충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기생충들이 선충류에 해당한다. 엄 교수는 “고기에서 저런 형태의 기생충이 나왔다는 보고를 40년간 학계에서 본 적이 없고, 외국 논문에서도 본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

 

   
▲ <사진2>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선충류(기생충) 표면은 특정한 주름 무늬가 반복된다. ⓒ 엄기선 교수 제공

 

선충인가, 무구조충인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선충이 아니라면 사진 속 이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정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사진으로 보면 근조직이 발견되는데, (소의) 혈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고기가 수입산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최 교수는 보았다. “한우와 비교해 수입 소고기의 근육이 더 거칠다. 근육 조직도 더 크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수입 소고기의 혈관이나 힘줄에 열이 가해지면 수축하게 되어 (사진 속의 이물질과 같은) 그런 모양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사진3> 이번에 발견된 이물질을 45배 확대해서 찍은 사진. 표면이 매끈하다. ⓒ 세스코 시험검사서 자료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소고기, 즉 소의 근육에서 기생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소고기의 기생충으로 조충류인 ‘무구조충’이 있다. 

<사진4>는 소의 근육에 기생하는 무구조충의 애벌레다. 이 애벌레는 지름 1cm 안팎의 투명한 주머니 형태를 보인다. 이 기생충은 육안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소고기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으면, 애벌레가 죽지 않고 인체에 들어오면서 감염된다. 이번에 발견된 소고기의 이물질이 혹시 무구조충은 아닐까?

 

   
▲ <사진4> 소고기에 있는 무구조충 흰색 애벌레. ⓒ 엄기선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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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소의 근육에 있는 무구조충 애벌레는 타원형이다. 제천 대형마트 소고기의 이물질처럼 길고 매끈한 형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애벌레가 자라난 성충일 가능성은 없을까?

 

   
▲ <사진5> 무구조충 애벌레를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타원형 애벌레의 흰색 부분이 두절, 즉 머리 부분이다. ⓒ 엄기선 교수 제공

 

<사진 6>은 무구조충 성충의 사진이다. 성충은 근육이 아니라 소나 사람의 소화기관에서 자란다. 보통 3~4m 이상의 길이를 갖게 된다. 몸통은 1000~2000개의 마디로 이뤄진 밧줄 모양을 하고 있다. 성충은 소의 장기 밖에서는 서식하지 않는다. 대신 성충의 마디마다 수많은 기생충 알이 들어 있어 소의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어 주변을 오염시킨다.

 

   
▲ <사진6> 무구조충 성충을 펼쳐놓은 사진에서 왼쪽 위의 가는 끝 마디가 기생충의 머리 부분(두절)이다. ⓒ 엄기선 교수 제공

 

따라서 대형마트 소고기의 이물질을 무구조충 성체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물질에는 조충류의 특징인 마디 구조(편절)도 없었다. 엄기선 교수는 “(무구조충이)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연간 10건 내외가 보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혹시 다른 종류의 기생충이 도축이나 유통 과정에서 소의 근육을 파고든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 가능성도 거의 없다. 사육 단계, 즉 소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부 장기에 기생충이 서식할 수는 있겠지만, 도축 이후 죽은 고기의 근육에 외부에 있던 기생충이 침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소고기를 먹으려면?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믿고 사 먹는 대형마트의 소고기에 기생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단비뉴스>의 분석과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소고기에 있는 모든 종류의 기생충은 70°C 이상에서 가열하거나 –20°C 이하에서 5~6시간 냉동 보관하면 죽는다. 또한, 기생충이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우선, 선충에 감염되어도 별다른 증상 없이 살아간다.

 

이 기생충이 인체 안에 많아져 장기를 막을 정도가 아니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무구조충이 인체에 들어가더라도 대부분 별 증상이 없다. 다만 이 기생충이 항문으로 기어 나오기 때문에 심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드물게 창자 일부가 기생충으로 인해 막혀 통증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래도 기생충을 품은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생충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고기를 발견했다면, 알코올에 보관하거나 그대로 얼려서 기생충학자 등 전문가에게 유전자 검사를 맡기는 편이 좋다. 실물을 현미경으로 검토해서 성충, 유충을 가리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 원래 고기에 있던 것인지 외부요인에 의해 오염된 것인지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이에 기초하여 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정확히 따질 수 있다.

 

전문가 취재를 마무리하던 무렵, <단비뉴스>는 대형마트의 성분 분석 결과도 입수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이 대형마트는 시민 A씨가 문제의 이물질을 신고한 날로부터 약 나흘 뒤인 18일에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에 성분의뢰를 맡겼다.

 

검사 결과는 사흘 뒤인 21일에 나왔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의 분석 결과를 보면, “‘선형동물’의 특징인 좌우대칭의 몸체 및 큐티클층은 해당 시료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동물 조직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근조직 형태가 다수 관찰된다”라고 적혀있다. 문제의 이물질에서 ‘선충의 특징’이 발견되지 않으니 기생충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동물조직의 근조직 형태’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소고기의 근육 가운데 일부로 보인다고 판정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시민 A씨는 대형마트 쪽의 설명과 대처를 온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험성적서를 보고 이물질이 아니라는 결과 자체는 수긍했지만, 마트측에서 말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 아직 미심쩍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서식하는 다양한 기생충의 특징을 유통·판매업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우려하는 소비자에게 빠르고 적절한 설명만 해줬더라도 A씨는 덜 놀라고 덜 분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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