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0-15(금)

‘뜬장’에서 죽어가도 동물학대 아니다?

[단비현장] 주민들 ‘개농장 학대’ 신고에도 제천시 조치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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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0.07 06:22   조회수 : 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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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에 다가서자 개 수십 마리가 절규하듯 짖어댔다. 사육장 주변에 비닐하우스 잔해 같은 폐기물과 폐타이어 등이 나뒹굴었다. 개들은 마실 물과 먹을 것 없이 방치돼 있었다. 개 주인이나 관리자는 현장에서 몇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단비뉴스가 확인한 제천시 봉양읍의 한 개 사육장은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누렁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식용 ‘개농장’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발견한 개 22마리 가운데 경비견으로 보이는 6마리를 빼면 모두 땅을 밟을 수 없는 이른바 ‘뜬장’에 갇혀 있었다. 뜬장은 배설물이 철장 바닥으로 빠지게 돼 있는데, 오물을 제때 치우지 않아 구더기가 끓었다.

 

 

   
▲ 생후 몇 개월 안 돼 보이는 강아지가 사람을 보자 울부짖었다. 뜬장 밑에는 쌓인 오물을 제때 치워주지 않아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최소 두 마리는 뜬장 안에서마저 목줄이 채워져 움직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박성동

 

바닥에 나무판자를 깐 뜬장도 다섯 개가 보였지만 제때 관리해주지 않아 분변이 널브러져 개들이 눕지 못했다. 가장 좁은 철장은 머리를 돌릴 수조차 없어, 개가 앉았다 서기만 할 뿐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제천시 "동물학대 확인 못 했다"

제천시는 지난 3일, 개 사육장에서 동물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주말을 보낸 뒤 사흘 만에야 현장을 확인하고, 새끼 두 마리를 포함한 네 마리만 긴급격리해 제천시 동물보호센터로 보냈다. 진료결과 4마리 모두 불결한 환경에 놓인 탓에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장기손상까지 확인됐다. 다른 개들도 상태가 나빴지만 개 주인이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해 격리하지 못했다. 개 주인은 이 사육장이 육견을 기르는 개농장이 아니고, 개들은 멧돼지 몰이용 사냥개라고 말했다. 구호가 필요한 동물을 보호센터로 보내려면 주인이 자발적으로 소유권포기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개 한 마리가 우리 안에서 죽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고내용도 있었지만, 제천시가 출동했을 때는 사체가 이미 치워져, 사망 원인을 조사할 수 없었다. 제천시 관계자는 "사료를 일부러 주지 않아 개를 고의로 죽였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며 "소유주의 사료 구입 이력부터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10일 사육장에 있던 사료 포대 안에는 사료가 몇 알만 굴러다녔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대부분 물그릇에 물이 없었다. 있어도 녹조가 끼고 개털이 섞여 있어, 개들이 입을 대지 않았다. 물을 담아둔 대형 대야에도 이물질이 섞인 듯 까맣게 변한 물이 가득했다. 갈비뼈가 드러난 개들은 앙상한 다리가 몸을 겨우 받친 것처럼 보였다. 기력이 완전히 빠진 듯 수 시간째 별 움직임이 없는 개도 있었다.

 

 

   

▲ 경비용으로 보이는 여섯 마리는 뜬장 신세는 피했지만 역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다. 탈진한 듯한 개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았다. ⓒ 박성동

 

제천시는 결국 이 사육장에서 처벌이 가능한 동물 학대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6개월 전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을 방문한 담당자는 특이사항이 없다며 계도만 하고 돌아갔다. 3년 전 이 마을주민이 된 김진식 씨는 “내가 이사 왔을 때부터 이런 상태였다. 악취도 너무 심하다. 신고도 이미 여러 번 들어간 걸로 아는데 왜 개선이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 고의성 없는 ‘방임’도 동물학대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는 그 자체만으로는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처를 입히거나 잔혹하게 죽이는 등 직접적인 가해가 아니라 방임이 동물 학대로 이어지려면 제천시 설명대로 일부러 사료를 끊는 등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사육장 주인 A 씨도 일부러 개를 학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멧돼지를 잡아 지자체로부터 포상금을 받는 A 씨는 “예닐곱 마리로 구성된 멧돼지 몰이견 한 조가 천만 원이다. 얼마나 비싼데 학대하겠냐”며 지난주에 우리 안에서 죽은 개도 수렵 중 상처를 입은 뒤 회복하지 못해 숨을 거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육장 바닥에 앞니와 송곳니, 앞어금니 등 개의 치아구조를 한 턱뼈와 갈비뼈, 다리뼈가 여러 점 발견됐지만 “사냥개들에게 고라니를 잡아 먹였을 뿐, 사육장에서 도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발이 빠지는 뜬장에서 사육하거나, 사육장 가로와 세로 길이가 동물 몸길이의 두 배를 넘지 않으면 동물 학대로 보는 규정이 불과 3년 전 추가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육견 등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에 한해 적용된다. 제천시는 사냥개도 반려견으로 볼 수 있느냐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전화로 문의했지만, 확실한 판단을 받지 못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7월 발간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해외 주요국들은 고의성이 없더라도 음식과 물을 제때 제공하지 않거나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육환경을 방치하면 ‘동물방임죄’로 보고 소유자나 관리자를 처벌한다. 

 

독일의 경우 개를 묶어 기르더라도 줄 길이가 6미터를 넘어야 하고, 출산이 가까워진 개나 1년 미만의 새끼는 묶어두기를 금지한다. 과실로라도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 최대 2만 5천 유로(원화 3천여만 원)를 부과한다. 독일은 관리나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임을 유기의 연장선으로 보고 강하게 제재한다. 미국은 하루 중 개를 묶어둘 수 있는 최대시간과 물과 먹을 것을 새로 제공해야 하는 주기를 주마다 세부적으로 정해 이를 어기면 경범죄로 처벌한다. 횟수와 정도, 방임한 동물의 수에 따라 형량도 가중된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은 방임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소유권을 박탈하는 곳도 있다. 스위스와 영국, 호주 등 서구권은 물론 싱가포르나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세세한 동물방임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 이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동물방임을 금지하고, 반려나 사업용 등 사육목적을 구분해 학대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제언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사람 생명이라 생각하면 판단 쉬워"

우리 동물보호법도 시행규칙에서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해 방임을 처벌할 근거가 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뭔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실제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보영 활동가는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도 담당자 성향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를 굉장히 폭넓게 해석하기도 한다”며 “‘사느라 바빠서 못 챙겼다. 개를 매일 지켜볼 수는 없지 않냐’고 하면 수긍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도 출동을 머뭇거리고, 현장에 나가보더라도 입건 없이 사건을 일선에서 마무리해 법원 판단은 받아볼 기회도 없다는 거다.

 

김 활동가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방임은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보호법 취지는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사람을 불결한 곳에 가두고 식사를 한 끼라도 끊으면 당연히 학대다. 동물도 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동물 학대인지 판단이 쉽다"고 말했다. 해당 사육장 실태는 지역주민이 SNS에 게시글을 올리면서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와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덕분에 한 주민은 자발적으로 개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공하고 있고, 댓글을 통해 다른 지역민들도 ‘조만간 간식을 챙겨서 가 보겠다’거나 ‘환경부터 개선해주면 좋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역 여론에 영향을 받은 제천시도 세 마리를 더 제천 동물보호센터로 옮기기로 했다.

 

 

   
▲ SNS를 통해서 개 사육장이 알려지면서 한 주민이 자발적으로 사료와 물을 제공했다. ⓒ 박성동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제천시 동물보호센터는 이번에 세 마리를 수용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13일 그만큼 안락사를 진행했다. 보호센터에는 대형견을 수용할 수 있는 케이지가 단 8개밖에 없다. 이마저도 두 자리 정도는 항상 비워둬야 한다. 동물을 수용한 지 10일이 지나지 않으면 안락사나 입양을 할 수 없어, 급히 동물을 또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개들에게는 보호센터로 구조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뜬장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들이 보호소로 밀려들고 안락사가 반복되지 않게 적정한 사육관리부터 이뤄지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박성동 강주영 기자)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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