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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2.16 21:20   조회수 : 6,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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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현장] 별처럼 반짝이는 세저리 사람들 이야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이하 세저리)이 2023년 3월 입학할 16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원서 접수 기간은 12월 26일부터 1월 6일 오후 5시까지. 세저리는 2008년 개교 이래 ‘정의롭고 실력 있는 기자와 PD’를 키우는 한국 최고의 저널리즘 교육 기관이자 언론인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신입생 모집을 앞둔 지난 9일, 세저리 교수와 학생이 세명대 문화관 4층 단비 서재에 모여 앉았다. <한겨레21> 편집장 출신인 안수찬 교수는 지난해 봄 이 학교에 부임해 네 학기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안 교수와 마주 앉은 학생 네 명 가운데 둘은 지난 9월 입학해 첫 학기를 보냈다. 나머지 둘은 올해 3월 입학해 두 학기를 마쳤다. 넷 가운데 둘은 얼마 전 KBS에 합격해 내년 1월 출근을 앞뒀고, 나머지 둘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셋은 기자 지망생, 하나는 PD 지망생이다.

초심자와 장수생이 함께 공부하는 곳

안수찬 교수(이하 안): 세저리를 다녀본 사람들이 학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말 완전히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웃음) 기자 지망생과 PD 지망생, 첫 학기를 마친 사람과 두 학기를 겪은 사람, 재학 중에 합격한 사람과 재학 중에 합격하려 애쓰고 있는 사람을 모두 모셨습니다. 우선, 입학 전 여러분의 상황과 입학 계기를 이야기해봅시다.

김아연 기자(이하 김): 언론사에 들어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어요. 뭘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려고 아랑 카페에 가입했고, 거기서 세저리를 안내하는 글을 봤어요. 입학 원서 쓸 때는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웃음) 언론학을 공부했거나 언론고시를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들, 심지어는 기자로 일하다가 세저리에 입학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 학기 입학을 노려보자’고 각오했죠. (웃음)

: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방송사 근무 경력도 있는 민균 씨가 딱 그런 경우네요. 그런데 그 정도 되면 세저리에 안 와도 되는 거 아닌가요? (웃음) 입학 직전 어떤 상황이었기에 여기에 왔어요?

저널리즘 대학원이 있는 세명대학교 문화관에서 바라본 하늘과 산. 김아연 기자
좌담회에 참석한 안수찬 교수. 함민균 PD

함민균 PD(이하 함): 입학 전 지역 민방에서 수습 PD로 6개월 정도 일 하다가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그때는 다른 직업을 택할까 고민할 만큼 언론인으로서의 미래가 불투명했죠. 그런데, 같은 학과 후배가 세저리를 알려줬어요. 장학 제도와 커리큘럼이 좋고 안수찬 교수님도 계신다고요. (웃음) 학부 때 필독서가 안 교수님의 <뉴스가 지겨운 기자>였어요. 그 책을 읽고 언론인의 꿈을 갖게 됐어요. 언론인으로서 준비가 덜 됐다는 자괴감, 과연 이 길이 나한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힘들었는데, 세저리에 와서 그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 팬이라니 감사하군요. (웃음) 그래서 그 고민은 해소됐나요?

: 세저리에 와서 비로소 내 자신을 알아차린 순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프로그램 기획 구성론’ 강의를 들으면서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시청자가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기획 의도를 잘 실현할 수 있을까’ 궁리했죠. 그러다가 내가 이 일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수업을 들을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해졌어요. 그러면서 PD의 길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외롭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손민주 기자(이하 손): 저는 이른바 ‘언시 장수생’이었어요. 2019년 여름부터 기자를 꿈꿨어요.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2020년에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생’, ‘SNU팩트체크센터 인턴’ 같은 활동도 했어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스펙도 쌓았다고 생각했어요. 최종면접도 몇 번 가봤어요. 그런데 번번이 탈락했죠. 외롭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제야 나에게 함께 공부할 동료와 믿고 따를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저리에 와서 그 아쉬움이 완전히 충족됐죠.

박동주 기자(이하 박): 심리학을 공부하던 제 마음에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있었어요. 심리학 공부만 했는데 과연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있었고, 동시에 최대한 시간을 적게 들여 얼른 기자가 되고 싶은 허영도 있었죠. 그러다 ‘허영을 버리자’고 결심했어요. 허영을 버리고 도전하겠다고 생각하던 때에 세저리에 올라온 신입생 모집 글을 보고 안수찬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 세저리는 국내 유일의 저널리즘 전문 대학원입니다만, ‘저널리즘스쿨’이라는 이름을 내건 다른 곳도 있잖아요? 어떤 면을 보고 세저리를 선택한 건가요?

: 저널리즘스쿨이라고 내세운 곳이 있긴 하지만,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세저리 밖에 없잖아요. 이왕 시간 들여 공부할 거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입학 뒤 동기나 선배들이 “이른 나이에 세저리에 오길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언론인이 되려고 혼자 준비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곧장 세저리에 입학한 덕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기본기부터 배울 수 있었어요.

: 예전에 월 80만 원 내고 어느 사설 교육기관의 수업을 들었는데, 비싼 돈 내고 다니면서도 숙제를 안 했어요. 앞에 선 사람을 스승이 아니라 강사로 생각하니까 숙제를 안 해도 죄송한 마음이 안 들었어요. 저를 더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저는 세저리 와서 제정임 교수님께 많이 의지했어요. 학기마다 상담받고 면접이 있을 때는 모의 면접도 부탁드렸고요. 학생들은 제 교수님을 ‘제파고’(제정임+알파고)라고 불러요. 교수님들이 무지하게 바쁜 것을 우리도 아는데, 밤이나 주말에도 기사를 봐주시고 상담해 주시거든요. 그 정성이 보이니까 숙제를 안 하면 교수님한테 너무 죄송한 거예요.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주시는데 나도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저를 더 채찍질하게 됐죠.

지난 11월 ‘2022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 참여한 제정임 교수(왼쪽 가운데)와 학생들이 뒤풀이 회식을 하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지난 11월 ‘2022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에 참여한 제정임 교수(왼쪽 가운데)와 학생들이 뒤풀이 회식을 하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 저는 원래 저널리즘스쿨 자체에 관심이 없었어요. 경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했죠. 그러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는데, 선택지로 두 곳을 놓고 잠시 고민했어요. 그런데 지역 출신인 저로서는 서울 생활 자체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됐어요. 게다가 다른 스쿨의 선생님들 가운데는 제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세저리에는 ‘스브스뉴스’를 만든 심석태 교수님이 계셨고,  김민식 교수님도 드라마·예능 PD로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경제적으로, 그리고 교육 내용으로 봐서 세저리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따져보니 답은 세저리

: 맞아요. 저도 경제적 조건을 따져보고, 세저리에 왔어요. 세저리는 등록금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오해가 있는데, 실제로 비교해보면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서울에서 자취했을 때 월세만 40만 원이었어요. 거기에 식비도 무시 못 하죠. 그런데 세저리는 한 학기 내내 숙식을 제공해 주잖아요. 서울 생활비보다 확실히 저렴했어요. 게다가 세저리에 입학하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

: 아, 그건 내가 미처 생각 못했네요. 여긴 정식 대학원이니까 정부 대출로 장학금이나 생활비를 구할 수 있군요.

: 그렇죠. 다른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면 스스로 모든 비용을 마련해야 하지만, 세저리에 오면 대학원생 신분이니까 생활비를 초저금리로 국가에서 빌릴 수 있어요.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잘 활용하면 훨씬 이득이죠. 그런 점에서도 다른 사설 교육 기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도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무료로 지내는 세저리의 환경이 좋았어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면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하나, 항상 고민이었거든요.

: 대학원 과정이 2년이라는 점은 어때요? 여러분 입장에선 얼른 언론사에 취업하고 싶을 텐데.

: 2년 과정이지만 1년 안에 합격할 마음으로 왔어요. (웃음)

좌담회에 참석한 함민균 PD. 박동주 기자
좌담회에 참석한 함민균 PD. 박동주 기자

: 저도 2년 과정인 건 알았지만, 재학 도중에도 입사 지원을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 과정이 큰 제약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 그렇죠. 대학원 2년을 마쳐야 언론사에 입사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죠. 여러분 중에도 입학 첫 학기나 두 번째 학기에 합격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 그렇게 합격한 뒤에도 본인이 원한다면, 밤이나 주말에 개설되는 강의를 듣고 석사 학위를 나중에 취득할 수 있죠.

: 저는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입학했으니까, 2년 정도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으니 뭘 하든 2년은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심석태 교수와 학생들이 충북 제천의 공원으로 봄나들이를 갔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지난 5월, 심석태 교수와 학생들이 충북 제천의 공원으로 봄나들이를 갔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 언론고시 준비 2년 안에 합격한다면 굉장히 빠른 거죠. 처음 시작할 때 저도 1년 안에 합격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간이 더 길어졌어요. 세저리에서 2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부하는 게 결코 더딘 게 아니죠.

동지애를 넘어 전우애로

: 여러분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진만큼이나 친구, 동료도 중요한 것 같군요. 세저리 입학 뒤 그런 친구를 찾았나요?

: 입학 전 세저리 홈페이지에 있는 ‘세저리 이야기’의 어떤 글을 봤어요. 재학생들이 다이어트를 목표로 같이 운동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게 취업과는 큰 관련이 없는 소소한 일이잖아요. 그런 작은 부분에서도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 저도 입학 전 ‘세저리 이야기’를 봤는데, 학생들 회식이 잦더라고요. (웃음) 교수님과 학생이 정말 친밀하고, 학생들 사이에도 동지애가 있다고 느꼈어요. 내가 입학한다면 저 공동체 안에서 동지애를 느끼고 교수님들과 잘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들어와 보니 예상이 맞았어요. 동지애를 넘어 전우애가 생겨요. (웃음)

지난 12월 초, 안수찬 교수와 학생들이 단비 서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지난 12월 초, 안수찬 교수와 학생들이 단비 서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 실은 세저리를 ‘나무위키’에서 검색해봤어요. (웃음) 거기 보면, 전반적으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나중에 ‘세저리 이야기’를 보니까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고요. 낯선 공간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참 매력적이었어요.

: 먹고 자는 문제는 어때요? 집에서 지낼 때보다 힘들지 않았나요?

: 저는 식사나 자는 문제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어요. 무료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학식도 꼬박꼬박 나오니까, 오히려 생활비나 식사에 대한 고민을 덜 하게 돼서 훨씬 편했습니다.

: 저는 오랫동안 혼자 공부하다 보니 성격이 내향적으로 변했어요. 처음 세저리에 와서 만난 룸메이트는 모두 외향적이었어요. 뭐든 다 같이 하자는 거예요. 처음에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나중에 보니 동기들과 같이 지내는 게 큰 힘이 됐어요. 서로의 성장과 성공을 바라는 친구들이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심리적으로 힘들 때마다 위안을 많이 얻었죠. 같이 지내는 불편함보다는 얻어가는 게 훨씬 더 커요.

하나의 흐름으로 이론과 실무를 배우다

: 수업의 수준은 어땠나요?

: 상당히 매우 높아요. (웃음) 예를 들어, 제정임 교수님의 ‘시사현안세미나’를 듣고 있는데,  강의, 발표, 토론을 적절히 조화시켜 진행하시는 게 놀라워요.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반합니다. (웃음)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10쪽 분량의 발제문을 읽고, 3시간 동안 토론하잖아요. 수업을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지만, 한 학기를 돌이켜 보면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 저는 PD에 대한 고민을 상의하고 피드백 받고, 그 고민을 어떤 식으로 더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교수님들께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박진홍 교수님은 “프로그램을 볼 때는 본인이 만든다고 생각하고 시청하라”고 매번 말씀하셨는데요. 구성은 물론이고 출연자는 누구를 섭외할 건지, 진행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내레이션은 쓸 건지, 무대 세트는 프로그램의 컨셉에 적합한지 등 모든 것이 PD의 영역이라는 걸 알려주셨어요. 덕분에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죠.

: 첫 학기가 끝나고 나서 인상깊었던 점이 있어요. 세저리의 여러 강의와 공부가 큰 틀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는 걸 알게 됐어요.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아보면, 모든 수업과 데스킹에 일관성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죠. 그래서 ‘아, 이게 맞는 방향이구나’ 하는 신뢰가 생겼어요.

: ‘한 흐름으로 배운다’라는 말에 정말 공감해요. 두 번째 학기까지 마치고 나니까 지난 수업과 교수님의 피드백이 모두 모여 저를 언론인으로 만들어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심석태 교수님의 ‘방송취재보도실습’, ‘언론윤리법제사례연구’ 수업을 듣는 동시에 <단비뉴스> 지역사회부에서도 심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어요. 기사 쓰기나 뉴스 리포팅 같은 방송기자의 기본 역량을 갖추고, 기사를 발제하여 실제로 취재하는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익혔어요. 심 교수님이 SBS에서 ‘스브스뉴스’를 만드는 일을 주도하셨잖아요. 이번 학기 교수님의 ‘언론산업세미나’ 수업에서도 한국 언론의 뉴미디어 전략을 공부했는데, 덕분에 언론 산업 전반을 넓게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 넓게 보는 동시에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보는 눈도 얻었어요. 김민식 교수님은 예능 장르에서 포맷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성공한 예능 PD는 포맷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도 하셨는데요. 사실 저는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을 다소 무심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저 시사, 다큐멘터리, 교양 정도로만 나눠서 바라봤었어요. 그런데 포맷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지 배웠고, 그다음부터는 코미디, 토크쇼, 관찰 등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을 어떻게 시사교양의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좌담회에 참석한 김아연 기자. 함민균 PD
좌담회에 참석한 김아연 기자. 함민균 PD

: 종종 교수님들이 쓰신 기사, 칼럼, 책을 찾아 읽어요. 그때마다 느껴요. ‘나랑 편하게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이분들이 한국 언론계에서는 위인 같은 존재시구나.’ 새삼 소름이 돋죠. 그러다가도 과제 많이 내주시는 교수님들을 보면 미워요. (웃음)

소름 돋아요, 가슴 뛰어요

: 언론고시 준비한다는 사람 가운데는 논술이나 작문 같은 필기시험에 집중하려는 경우도 많죠. 그런 점에서 <단비뉴스> 활동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 저는 <단비뉴스> 활동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이 수업 때 해주시는 말씀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제 머리에 쌓여 있다가, 현장에 나가 취재할 때 그 내용이 생각나요. 그러면 그 지식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 저는 강의와 실습이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해요.

: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게 맞는지 제 자신을 계속 의심했어요. 실무 역량이 없고,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데 언론사에 가겠다는 건 진정성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죠. 세저리에 오면 그 모든 것을 다 검증할 수 있어요. <단비뉴스> 활동은 그걸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었어요. 내가 정말 기자를 하고 싶은지, 기자는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배우고 체험하면서 기자를 준비하는 거죠.

: 굉장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기자 또는 PD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게 나하고 맞는지 검토하는 건 반드시 필요해요. 그 경험과 실력을 제공하는 게 세저리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래서 겪어보니 어때요? 자신과 잘 맞는 일이던가요?

: 네.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면서 가슴 뛸 때가 있어요.

: 왜 가슴이 뛰지요?

: 나도 저런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럼, 가슴이 뛰어요. 가슴이 뛰면 그 기사를 써야죠. (웃음)

: 교수님들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단비뉴스> 활동을 하잖아요. 그래서 교수님과 2인 3각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아요. 또는, 말 그대로 ‘러닝메이트’ 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함께 취재하는 거죠. 그게 굉장히 귀한 경험이예요. ‘기자라면 이런 걸 보고 다녀야 하는구나’, ‘기자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 정도의 취재 활동을 내가 버틸 수 있네’까지 느꼈어요. <단비뉴스> 활동은 정말 특별해요.

좌담회에 참석한 손민주 기자. 함민균 PD
좌담회에 참석한 손민주 기자. 함민균 PD

: 안수찬 교수님의 ‘취재보도론’ 수업을 들으면서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게 있어요.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과제가 아니라 기사다.’ 수업 시간에 제출하는 기획안이나 기사를 곧바로 <단비뉴스>에 보도하니까 그런 마음가짐을 요구하셨던 거죠. 그 마음가짐이 기자 공부하는 동력이 됐어요. 점점 더 실무 능력을 요구하는 전형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이번 KBS 최종면접에서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이렇게 답했죠. “비영리 독립 언론 <단비뉴스>의 지역사회부에서 기사 쓰고 있습니다.” ‘기사 쓰고 있다’는 그 말은 제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어요.

: 안 교수님이 저희에게 기자, PD의 정체성을 가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박진홍 교수님 수업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항상 제작자의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프로그램을 볼 때, 스튜디오는 왜 이렇게 만들었고, 진행자는 왜 이렇게 섭외했고, 구성은 어떻게 할지 등등. 이런 고민을 하려면 평상시에도 PD의 정체성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죠.

: 입학 후 지난 한두 학기 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입학 전에는 글을 쓰거나 기획안을 썼을 때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세저리에 온 뒤에는 ‘여기서 뭘 더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글이나 기획안 써서 교수님께 보여드리면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오잖아요. (웃음) 그러면 보완점에 대해 고민을 자꾸 하게 되고요. 실제로도 그 고민이 면접에 도움이 됐습니다. 기획안과 관련된 질문에 ‘저는 이런 것까지도 고민해 봤습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었거든요.

지난 5월에 열린 ‘세저리 가왕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노래와 춤 실력을 뽐내는 작은 잔치를 열어, 공부의 스트레스를 날린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지난 5월에 열린 ‘세저리 가왕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노래와 춤 실력을 뽐내는 작은 잔치를 열어, 공부의 스트레스를 날린다. 저널리즘 대학원 게시판 ‘세저리 이야기’

: 세저리 입학 전, 제 직업은 ‘언시생’이었어요.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고, 목표도 기자가 되는 거였죠. ‘어떻게 하면 기자가 될 것인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세저리에 들어와서 제 직업이 ‘기자’로 바뀌었어요. 말 그대로 <단비뉴스> 기자가 됐죠. 자연스럽게 고민이 달라졌어요. ‘쓰고 싶은 기사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궁리했어요. 그게 모든 걸 바꿨어요. 언시생이던 시절엔 면접장에서 ‘나는 정말 기자가 될 수 있어요’를 보여주려고 안달했는데, 세저리 입학 뒤로는 ‘‘나는 기자의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살아왔습니다’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 당신들 이미 기자라고 입학 첫날부터 내가 말했잖아요. (웃음)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함께 봐요

: 마지막으로 신입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해요. 바쁠 거라는 걸 염두에 두고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여태까지 살아온 중에 지난 학기가 저한테는 가장 바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죠. 덧붙이자면 신문 읽기나 운동 등 생활 루틴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좌담회에 참석한 박동주 기자. 함민균 PD
좌담회에 참석한 박동주 기자. 함민균 PD

: 저는 미리 판단하지 말고 학교에 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열린 마음’이 좀 필요하다는 말인데요. 처음 안수찬 교수님을 줌으로 몇 번 뵀을 때, 교수님께서 많이 하셨던 얘기가 “가족과 친구를 버리고 오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셨어요. (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느슨했던 그동안의 일상이 크게 변할 테니,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또한, 미리 판단하지 말고 귀 기울일 준비를 하고 오라는 뜻이기도 했고요. 실제로 제가 입학한 뒤에 겪은 일은 입학 전에 혼자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어요. 새로운 것을 그대로 흡수한만큼 제가 성장했어요.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미리 걱정 말고 마음을 열어놓고 오면 될 것 같아요. 모든 것을 흡수하는 열린 마음으로 오세요.

: 혼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안 들어오는 게 좋아요. 언론인이 되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언시 생활이 힘들다.’ ‘같은 꿈을 꾸는 동료가 필요하다’, ‘교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입학하면, 자신을 활짝 꽃 피울 수 있을 겁니다.

: 언론고시를 준비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세저리 입학을 추천해요. 저도 혼자서 공부할 때는 안대를 쓰고 더듬는 느낌이었어요. 여기 오면, 교수님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함께 언론과 저널리즘을 함께 고민하는데, 그걸 통해 많은 것을 명확하게 볼 수 있어요.

: 기자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 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세저리가 굉장히 좋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정보도 알려드릴게요. 여기 캠퍼스가 너무 좋아요. 언젠가 자정 넘어 공부하다 건물 밖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았어요. 또렷하게 잘 보였어요. 무척 아름다웠죠. 제천의 공기도 너무 좋고요. 문화관 건물 뒤쪽으로 산이 펼쳐져 있잖아요. 그 경관과 자연이 주는 해방감과 안정감이 커요. 여기 와서 공부하세요.

: 그래요. 산과 맞닿은 그 하늘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낮과 밤에 수많은 일들이 펼쳐지죠. 이렇게 많은 별은 나도 여기 와서 처음 봤어요. 그 별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군요.

 

그 별을 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공지’ 란에 입학 절차를 상세하게 안내해 뒀다.

http://www.semyung.ac.kr/cop/bbs/BBSMSTR_000000000426/selectBoardArticle.do?nttId=119547

저널리즘 대학원이 있는 세명대학교 문화관에서 바라본 하늘과 산. 김아연 기자저널리즘 대학원이 있는 세명대학교 문화관에서 바라본 하늘과 산.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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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김아연, 손민주, 박동주, 함민균 기자 onion4582@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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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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